봄날, 벚꽃 물든 호수길을 걷다.
봄이 대청호에 내려앉았다. 따스한 햇살 아래 흩날리는 벚꽃잎은 마치 호수 위를 수놓은 사랑의 편지 같았다. 2025년, 다시 찾은 대전 동구 대청호 벚꽃축제는 작년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대청호반길을 걷고 있었고, 나 또한 그 길 위에서 지난 해의 추억과 올해의 풍경을 겹쳐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대전 동구 2024 대청호 벚꽃 축제 ⓒ Click Your Dream
2024년의 대청호 벚꽃축제는 조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운이 남아있던 탓에 행사는 다소 소박했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 속에서 벚꽃은 더 깊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때의 대청호는 잔잔하고 조용했다. 포토존 몇 곳과 간단한 공연이 있었고, 사람들은 마스크 너머로 벚꽃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봄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반짝였던 건 자연의 힘이었다. 벚꽃은 말없이 피었고, 대청호의 물빛은 변함없이 고요히 흘렀다.
반면 2025년, 올해의 벚꽃축제는 그야말로 부활한 봄의 축제였다. 길게 이어진 벚꽃터널 아래는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다양한 체험 부스와 푸드트럭, 야외공연이 축제의 흥을 더했다.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달렸고, 연인들은 손을 맞잡은 채 사진을 남겼다. 특히 올해는 호수 전망대 근처에 새로 조성된 포토존이 인기였다. 커다란 분홍 우산 아래 설치된 벤치에 앉으면, 배경으로 흐드러지는 벚꽃과 대청호의 수면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는 풍경은 언제나 꽃잎, 그리고 바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순간은 오후 네 시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이었다. 벚꽃에 금빛이 내려앉고, 바람결에 꽃잎이 흩날릴 때, 그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지난해에는 그 순간을 혼자 조용히 바라봤다면, 올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풍경을 나누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감탄했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었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봄을 느꼈다. 모두가 같은 계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에 담고 있었다.
축제의 프로그램도 한층 다양해졌다. 작년에는 없던 벚꽃 라이브 버스킹, 어린이를 위한 페이스 페인팅, 지역 농산물 플리마켓까지 더해져 방문객들의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특히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한 전시 부스는 대청호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모든 장면이 대청호라는 자연 속에서 펼쳐졌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이 평화로운 공간은, 벚꽃과 함께 할 때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한다. 지난해의 조용했던 봄도, 올해의 활기찬 축제도 결국은 대청호라는 무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전 동구 2024 대청호 벚꽃 축제 ⓒ Click Your Dream
대청호 벚꽃축제는 단순한 꽃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이고, 사계절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삶의 방식이다. 같은 장소, 같은 벚꽃이라도 해마다 그 모습과 느낌은 달라진다. 그 해의 감정, 함께한 사람, 날씨, 그리고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벚꽃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온다.
2025년의 대청호는 생기가 넘쳤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만큼 더 많은 웃음과 이야기가 피어났다. 벚꽃은 여전히 조용히 피어 있었지만, 그 꽃을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은 분명 더욱 따뜻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년에도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봄, 또 다른 이야기를 대청호 벚꽃길 위에 새기게 될 것이다. 봄은 매년 오지만,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올해 나는, 다시 사랑에 빠졌다. 벚꽃과, 대청호와, 그리고 이 찬란한 계절과...
그중에서도 대청호의 벚꽃은 특별하다. 물 위로 흩날리는 꽃잎, 바람 따라 춤추는 분홍빛 풍경은 봄이 우리 곁에 도착했음을 말없이 알려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전 동구에서 ‘대청호 벚꽃축제’가 우리를 맞이했다.
작년의 감동, 올해의 기대
2024년의 대청호 벚꽃축제는 오랜만의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이한 첫 대규모 행사였다. 벚꽃은 예년보다 조금 늦게 피었지만, 그 덕분에 4월 초 대청호오백리길에는 꽃잎이 가득했고, 시민들은 마스크 너머로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대청호 미술관 일원에서는 버스킹 공연, 벚꽃길 걷기 챌린지, 그리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부스가 줄지어 운영됐다.
당시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장면은 해 질 무렵, 노을과 벚꽃이 맞닿는 순간이었다. 분홍빛이 황금빛으로 물들던 그 시간, 대청호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잔잔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조용했고, 벚꽃은 고요한 마음으로 피어나 있었다.
2025년, 한층 풍성해진 봄의 초대장
올해 대청호 벚꽃축제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 대전 동구청은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춰 일정을 조정했고, 지난해보다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벚꽃 아트로드’였다. 대청호 미술관에서 출발해 장동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설치된 벚꽃 조형물과 미디어 파사드는 밤에도 벚꽃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음악에 맞춰 색이 변하는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커플과 가족들로 거리는 온종일 활기를 띠었다.
또한 올해는 ‘대청호 플로깅 데이’가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벚꽃길을 따라 걷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한 실천으로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부스에서는 지역 농산물 플리마켓, 향기로운 봄꽃화분 나눔 행사도 함께 열려 벚꽃을 즐기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걷는다는 것, 피어나는 마음
대청호오백리길 6구간인 대청호 미술관~장동 산림욕장 구간은 왕복 약 4km의 벚꽃길이다. 둥글게 피어난 벚꽃터널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낀다.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손을 꼭 잡은 연인들, 삼각대를 세운 사진가들. 모두가 서로 다른 이유로, 그러나 같은 벚꽃 아래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벚꽃 그림자 놀이 체험존’이 특히 인기였다. 아이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그림자를 만들며 뛰어놀았고, 부모는 아이의 웃음에 봄날의 따뜻함을 느꼈다.
대청호의 벚꽃, 그리고 나의 계절
벚꽃은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 대청호의 벚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매년 이맘때쯤, 우리 삶에 필요한 위로와 설렘을 건네는 자연의 편지다. 벚꽃 아래서 웃고, 걷고, 사진을 남기며 우리는 봄을 보내고 다시금 삶을 시작한다.
2024년의 대청호는 조금 조심스럽고 따뜻한 봄날이었다면, 2025년은 함께 나눈 축제의 장이었다. 더 많은 웃음과 발걸음, 더 깊어진 벚꽃 아래의 시간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이곳에서 기억하게 된다.
여행 정보
📍 위치: 대전 동구 대청호 미술관 ~ 장동산림욕장 일원
📅 축제 기간: 2025년 3월 29일 ~ 4월 7일
🚗 주차: 대청호 미술관 공영주차장, 임시 주차장 운영
🚌 대중교통: 대전역 → 311번 버스 → 대청호 미술관 하차
대청호 벚꽃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26.6km)’의 자연을 공감하고 ‘꽃과 생태와 사람의 조화’를 통해 힐링하는 축제입니다. 2019년 처음 개최되어 매년 이어온 대청호 벚꽃축제는 특색 있는 자연친화적 콘텐츠로 대청호생태의 우수성을 널리알리는 대표 봄 축제입니다.
∙주제: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장소: 대청호반 벚꽃한터 일원(대전 동구 신상동 282)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소개
대전 동구 신상동에서 충북 보은군 회남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517호선을 따라1960년대에 조성된 왕벚나무 가로수길은 26.6km 길이의 최장 벚꽃길을 자랑합니다. 또한 국립수목원이 선정한 “아름다운 벚꽃길 20선”에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대청호 주변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며 대청호를 끼고 한바퀴를 돌면 2시간 남짓 걸리는 긴 구간을 드라이브 할 수 있습니다.
대청호 벚꽃축제 찾아오시는 길
∙버스 안내:607, 62, 63
∙주차 안내:신촌한터(신촌동 84-4), 신하한터(신하동 41-1), 흥진한터(신상동 325-1), 방축한터(신촌동 335-2), 폐고속도로 임시주차장(신상교차로 주변 1㎞ 양쪽 끝차선), 세천삼거리 임시주차장(구 미군저유소부지, 신상동 234-1일원)
∙ 셔틀버스 안내
∙노선: 판암역 2번 출구~신상교차로
∙주최/주관: 대전광역시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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