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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토리&맛집

[대전 가장동 한민시장] 정겨운 삶의 온기, 장독대 반찬가게, 다양한 메뉴

by clickyourdream 2025. 4. 6.

주말 오후, 잔잔한 햇살을 따라 대전 서구 가장동에 자리한 한민시장을 찾았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주택가와 연결돼 있어 지역 주민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전통 시장이다. 오래된 간판들, 골목 안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점포들, 상인들의 인사말 속엔 정겨움이 배어 있고, 어깨를 스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직 공동체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한민시장은 대형마트의 물결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매일의 장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빵 냄새와 바삭한 튀김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갓 튀겨낸 오징어튀김, 김말이, 만두가 무더기로 쌓여 있고, 이곳 튀김집은 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 손님들로 특히 붐빈다.

대전 한민시장 내부 장독대 반찬집 ⓒ  click your dream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채소가게였다. 산지에서 바로 들여온 듯한 신선한 채소들이 바구니에 수북이 담겨 있었고, 시금치와 상추, 미나리, 봄동은 햇살을 머금은 채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많이 담아줘요~” “시장에서 사야 싱싱하지요~” 라는 소리가 오가며, 손님과 상인이 함께 웃는 모습은 잠시 잊고 지낸 여유와 따뜻함을 떠올리게 했다.

한켠에서는 생선 가게가 바쁘게 손질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도톰한 두부를 진열한 가게가 인기였다. 매일 새벽 직접 만든 두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인근 식당에서도 납품을 받아간다고 한다. 바로 그 앞에서는 된장, 고추장 같은 전통 장류를 집에서 담근 듯한 소박한 항아리에 담아 팔고 있었는데, 이 지역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오신 할머니의 장맛이라 그런지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손칼국수 집이 하나 있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이 점점 길어졌다. 이곳 칼국수는 생면을 바로 뽑아 국물에 풍덩 담가 끓이는 방식인데, 들깨가루가 넉넉히 들어가 구수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김치 한 접시만 곁들여도 금세 배가 든든해진다. 이곳에서는 짜장면과 호박죽, 팥죽도 팔고 여러가지 메뉴에 포장도 가능해서 좋다. 

시장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생활용품 가게, 의류 할인점, 수선집, 안경점 등 없는 게 없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상인들이 먼저 반갑게 말을 걸어주어 처음 방문한 이도 금세 편안해진다. 한민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정을 나누는 마을의 중심이자 따뜻한 쉼터 같은 존재다.

대전 한민시장 ⓒ  click your dream

또한 이 시장은 계절마다 열리는 작은 문화 행사나 주민 참여 이벤트로도 유명하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며, SNS 인증 이벤트나 지역 농산물, 해산물 할인 행사도 주기적으로 열려 젊은 세대의 발길도 끌고 있다. 명절 등 특별기간 이벤트로 구매한 가격의 30%정도에 해당하는 온라인 상품권을 배부해주기도 한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한민시장처럼 변함없이 사람 냄새 나는 곳은 점점 더 귀해진다. 현대적인 쇼핑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운 손맛과 정성, 그리고 이야기가 이곳엔 살아 숨 쉰다. 누군가에겐 일상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장소. 대전 가장동의 한민시장, 잊고 있던 따뜻함이 그리운 날, 다시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한민시장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정겨운 상인들의 목소리와 바삐 움직이는 손놀림이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따뜻한 삶의 공간이다. 특히 장을 보러 오는 어르신들의 걸음걸이에는 익숙함과 신뢰가 묻어나고, 시장 상인들은 오랜 단골과 마주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곳은 ‘장독대 반찬집’이었다. 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이 반찬가게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노릇노릇한 동그랑땡,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코다리조림, 새콤달콤한 나박김치와 도라지무침 등 집밥처럼 정성스럽게 만든 반찬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한민시장 떡집 풍경 ⓒ  click your dream

무엇보다도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매일매일 갓 만든 반찬들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손맛 가득한 찬거리들이 이곳에서는 흔하고 넉넉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아침마다 장 봐서 신선한 재료로 만든다”며 “특히 어르신들 입맛에 맞는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지키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장독대 반찬집은 맞벌이 부부, 독거 어르신, 학생들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찾는 단골집이 되었다.

내가 구입한 반찬은 코다리조림과 애호박볶음, 그리고 오징어젓갈. 조심스럽게 집으로 가져와 저녁밥상에 올려보니,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워내게 만드는 맛이었다. 코다리조림은 짜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촉촉하게 양념이 밴 살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졌고, 오징어젓갈은 밥도둑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정성껏 밥상을 차리기 힘들 때, 이렇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가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새삼 느껴졌다.

또 꼬막무침과 미나리 나물, 고등어 구이, 조기 구이, 꾀리고추 멸치볶음, 미역줄기 볶음, 마늘 장아찌, 짠무채 양념무침, 무나물, 콩나물, 도자리 오이무침 등 다양한 반찬이 있어 언제 가도 평소에 먹고 싶었던 반찬을 듬뿍 사올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 맛도 질리지 않는 집반찬 맛이다. 미리 플라스틱 반찬그릇에 담아놓은 것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새로 담아주기도 한다. 특히 싱싱한 김치, 막 버무린 겉절이, 깍뚜기, 총각김치, 나박김치, 동치미 등 김치 종류도 다양하다. 국과 찌개 종류도 여러가지 준비돼있다. 오늘은 선지해장국, 미역국, 아욱된장국, 청국장, 너무 종류가 다양해서 기억도 다 나지 않을 정도다. 

한민시장에서 사온 반찬들로 차린 집밥 ⓒ  click your dream

한민시장에는 반찬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채소가게, 갓 잡은 생선을 손질까지 해주는 생선가게, 방앗간에서는 갓 빻은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 향기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손에 장바구니 하나만 들고 들어가면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새로 인테리어를 갖춘 닭강정집도 있고, 튀김, 어묵과 떡볶이 등을 파는 곳, 부침게 전문점도 몇 곳 있다. 깊숙히 들어가면 유명한 족발전문집도 있다. 

또한, 시장 중심부에는 요즘 SNS에서 인기 있는 젊은 사장님의 분식집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어 세대 간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떡볶이, 김밥,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 앞에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어르신들의 전통과 청년들의 열정이 공존하는 한민시장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이처럼 한민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호흡하며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맛과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서 대전 시민들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