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늘 설렘과 함께 찾아왔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간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다시 꽃이 피고, 바람이 따스해질 무렵이면 마음속에도 봄이 깃든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유기방가옥은 그런 봄의 정서를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수선화가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변신한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노란 수선화 물결과 고즈넉한 한옥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채화다.
유기방가옥은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에 자리한 전통 한옥으로, 조선 후기의 양반가옥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된 이곳은 2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도 원형을 유지한 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대청마루, 안채, 사랑채 등 전통가옥의 단정한 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봄마다 정원을 수놓는 수만 송이의 수선화 덕분이다.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 유기방가옥 앞마당은 노란 수선화로 가득 차고, 고택의 검고 고운 기와지붕과 노란 꽃잎의 대비는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선화는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꽃. 그 이름처럼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듯 유기방가옥의 정원에 노랗게 피어난다.
가옥 앞에 마련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꽃들 사이로 잔잔한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은 꽃향기를 실어 나른다. 수선화 사이사이에는 자목련, 백목련, 튤립 등 다양한 봄꽃들도 피어나며 색의 향연을 펼친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수선화 앞에서 사진을 남기기 바쁘다. 커플도, 가족도, 아이들도 모두 이 따뜻한 봄의 기운을 기억에 담고 싶어 한다.
사진을 찍기에 이만한 장소도 드물다. 가옥의 처마 아래 피어난 수선화와 고택을 함께 프레임에 담으면 한국적인 미가 물씬 느껴진다. SNS에서도 해시태그 #유기방가옥수선화 #서산봄꽃명소 등을 검색하면 이곳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옥 내부는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한옥의 구조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신다면,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차분한 여유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방문객을 위해 마련된 벤치에 앉아 노란 꽃밭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충남 서산 유기방가옥 (출처: 충남도청)
주차장은 가옥 인근에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입장료는 별도로 없지만, 유기방가옥과 꽃밭을 보존하기 위해 방문객의 예절 있는 관람이 중요하다. 꽃을 꺾지 않고, 꽃밭에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아름다운 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다.
봄날, 어디론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면 서산 유기방가옥이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단정한 한옥과 노란 수선화, 그리고 봄 햇살과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채울 수 있으니.
[서산 유기방가옥 안내]
- 위치: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64
- 입장료: 무료 (자율 관람, 꽃 관람 시 에티켓 필요)
- 수선화 개화시기: 3월 말 ~ 4월 초
- 주차: 인근 공터 주차 가능
- 추천 시간: 오전 10시~오후 3시 (햇살 좋을 때 사진이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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